사회초년생을 지나고 돈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까 30살 전후에. 나같은 경우도 건강 상의 문제로 운동을 진지하게 하기로 했다. 물론 그간 운동을 놨던 건 아니다. 헬스장에 깔짝 가면서 3대 운동 위주로 웨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말하자면 트렌드에 맞춰서 하는 운동이었다.
시작은 파쿠르였다. 어느날 어쌔신 크리드를 하다가 문득 파쿠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운 이동. 그게 멋있어 보였다. 백플립하고 그런게 멋있었다기보단. 그래서 몇 주 후에 파쿠르 체육관에 갔다. 언더커버 송파라는 곳. 첫 체험을 해보고 더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달 결제를 하고... 어느덧 1년이 넘게 다니고 있다.
파쿠르 학원은 1년 이상 다니는 경우는 드물다. 흥미를 잃든 금전적인 문제든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다) 부상의 문제든 말이다. 나는 몸을 잘 못 쓰는 사람이니까 아마도 코치들은 내가 몇 번 하고 관둘 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버티고 있다. 1년 이상 파쿠르를 지속하는 건 꽤 의미있는 일이다. 왜냐면 큰 부상이 없었다는 거니까. 철면피를 깔고 잘 사리는 것도 능력이다.
그렇게 파쿠르를 기점으로 클라이밍, 크로스핏, 수영 등 여러가지 운동에도 등록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그런 운동들 부담스러워서 안 했겠지만, 한 번 파쿠르로 뚫고 나니 입문 부담이 덜해졌다. 마침 백수라서 운동에 전념할 시간도 많이 남았다. 운동 실력이나 건강을 떠나서 사람이 바뀌었던 것이다. 그렇게 부담을 안 느끼는 사람으로. 어떤 걸 처음해봐? 그냥 까짓것 해보지. 못하면 어때. 맨날 초보자 신세인 건 익숙하니까. 어느 세계에서든 나는 뉴비고 속한 집단에서는 나이 상 막내 역할이 대부분이었으니 만만하게 취급받는 것은 익숙한 것이다.
원래부터 스포츠 맨이었다면 상관없겠다만, 나같이 운동에 젬병인 사람에게는 어떠한 계기가 필요하다. 그게 건강상의 문제든 어쌔신 크리드가 멋있어서든. 그런데 중요한건 정체성이다. (습관 변화에 정체성이 중요하단 건 Atomic habits에서도 언급된다) 군말없이 헬스장에 꾸준히 나가는 성실성이 내게는 없다. 기면증 때문에 피곤하다는 변명으로 헬스장에 안 가니까.
그렇기에 움몸을 움직이는 사람으로 정체성을 바꿔야 한다. 본 투 런.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유명한 제목의 논문과 책이 있는 것처럼 본 투 무브로 나를 바꿔야 한다. 그렇게 서사 속에 나를 가둬야만 운동을 지속한다. 나같은 인간에겐 말이다. 그냥 하는건 안 되니까. 의미 있는 고통만 받으려는 체리피커니까.
몸이 굳었다가 몸을 움직이려는 사람에게는 우선 다음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이 내용은 2024년 10월의 나에게 쓰는 글이다. 이제 곧 뛰고 넘고 오르고 들고 헤엄치려는 나한테.
근육 풀기
웨이트나 러닝 등 고통이 느껴지는 걸 하기보다는 기분 좋은걸 하는게 우선일 것 같다.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지속 가능을 위해선 세 가지를 보면 될 것 같다.
- 성장한다는 느낌: 자기효능감
- 부상 방지
- 행위 자체의 기분 좋음
1과 3을 노리기 위해 우선은 근육을 열심히 푼다. 적당한 강도로 하면 기분이 좋으니까. 도구가 필요한데 럼블 롤러, 폼 롤러, 라크로스 볼, 테라케인, 마사지 스틱 정도가 있다. 전동 마사지 도구가 필요하다면 테라건이나 테라바디 웨이브 등이면 될 것 같다. 폴리오 같은 쓸데없는 건 필요 없다.
기분 좋은 아픔을 느껴가면서 근육을 풀어나간다. 그 자체로도 기분은 좋다. 날이 지날수록 아픔도 줄어들면 몸이 개선된다는 느낌도 든다. 특별히 아픈 부위가 있으면 그 부위에는 무엇이 있는지 해부학 공부도 겸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재활 공부도 하게 된다.
몸을 푸는 자세를 취하는 거 자체가 일종의 운동이다. 대퇴사두근을 풀기 위해 럼블 롤러 위에 허벅지를 대고 엎드리는 순간 쉬운 버전의 플랭크를 하게 된다. 몸을 구석구석 풀기 위해 자세를 취하는 거 자체가 사무직이 평소에 취해온 자세를 벗어난다. 몸을 푸는 과정 자체가 초보자에겐 간단한 필라테스 운동이다.
특히나 이 가벼운 운동이란게 중요한데, 사무직은 로컬 머슬 자체가 비활성화되면서 자세가 무너진 경우가 많을텐데 운동 시작한답시고 고강도 운동을 하면 글로벌 머슬만 강화되고 로컬 머슬은 성장하지 못한다. 움직임 기능 부전을 가진 사람들이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 오히려 로컬 머슬의 근력이 감소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1 흔히 헬창들이 의외로 필라테스를 못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발목 강화
러닝이든 파쿠르든 클라이밍이든 모두가 발목이 매우 중요하다. 내 주변에 운동 고수 두 명은 발목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각각 파쿠르와 클라이밍에서 한 명씩. 물론 그 분들에게는 사고라는 한 순간의 사건으로 다친 거지만 초보자에겐 지속된 데미지로 발목이 가장 다치기 쉬운 것 같다. 왜냐면 중요성에 비해서 그렇게 강화할 생각을 안 하니까.
그렇기에 우선 발목 강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스쿼트 유니버시티에서 나오는 발목 가동성 확보를 따라하면서 카프 레이즈, 줄넘기, 뎁스 점프 등으로 발목을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일상 중에 스쿼트를 갑자기 하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그렇게 한다. 어떤 꼰대가 바닥에 앉지 말라면서 한 번 화낸 적은 있었지만. (바닥에 앉지 않았었는데)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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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운동 솔루션- 고관절과 어깨관절에서 발생하는 기능 부전 ↩